필리핀에 와서 한국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종교는 가장 두드러진 점 중의 하나다.
우선, 한국에서도시의 밤하늘을 내려다보면 수많은 빨간 십자가가
불을 밝히고 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지만, 기독교 신자가 많은
필리핀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물론 교회가 있어도 빨간 네온사인으로는 표현을 잘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한국과 비교해 보면 교회 수가 적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 마닐라 대성당
우리나라는 가톨릭 인구보다 개신교를 믿는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반대로, 필리핀에서는 국민 전체 인구의 80%가 가톨릭을 믿을 정도로
가톨릭 교인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다.
가톨릭 교회의 미사가 있을 때면, 교회 안의 공간이 부족해
교회 밖 상당히 먼 곳까지 사람들이 줄지어 예배를 보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승리교회(victory church)’라는
교파의 일부 교회들은 큰 복합 쇼핑몰에 있어서, 쇼핑몰에서도
주말에 많은 사람이 예배를 보는 광경을 목격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필리핀에 이 가톨릭보다 더 먼저 들어온 종교가 이슬람교다.
아랍의 상인과 모험가들이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직후인 14세기 후반부터
남부를 중심으로 퍼졌고, 현재 약 5%의 교도가 필리핀 남부를 중심으로 있다고 한다.
이곳은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한 반정부세력과 필리핀 정부 간의 분쟁이
수십 년째 이어져 오고 있기도 한데, 최근 반군 활동이 기승을 부리면서
필리핀도 여행주의국가에 다시 포함되기도 했다.
이 두 종교 외에도 필리핀에는 수많은 종교가 있다.
종교의 자유 면에서 볼 때 한국과 비교해 좀 더 자유로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이단이라 불릴 만한 종교들이 필리핀에서는 아주 대중적으로 퍼져 있으며,
주변의 인식 또한 하나의 종교로 인정한다. 게다가 서로 별로 간섭을 하지 않는 편이다.

▲ 이글레시아 니 크리스토의 모습
필리핀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매우 독특한 모양의 교회 건물을 볼 수 있다.
바로 ‘이글레시아 니 크리스토(그리스도의 교회)’라는 교회다.
이글레시아 니 크리스토는 필리핀에서 정치ㆍ경제적으로 매우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종교로까지 발전해 있다.
이 밖에도 JIL(Jesus is Load), New Life(새생명교회), Born again Christian, 7th Day Adventist(제7일 안식일 예수재림교회), Baptist(침례교회) 등 많은
개신교 종파들이 공존해 있으며, 물론 우리나라 교회도 곳곳에 많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