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필리핀 수빅, 바다·정글·화산 3색 매력

수빅은 1992년까지는 아시아 최대의 미 해군기지 였었다. 미군 철수 이후 필리핀은 수빅을 자유무역항으로 선포하고 부유층과 외국인 거주지를 만드는 등 이 지역의 재건에 공을 들여 왔다.
수빅은 도시 환경이 깨끗하고 수준 높은 관광 휴양시설을 갖추고 있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열대 원시림과 수많은 동식물의 낙원으로, 자연환경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인 디스커버리의 단골 촬영지이기도 하다.

수빅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정글 서바이벌 체험, 오션 어드벤쳐, 화려한 요트를 이용한 호핑투어, 스쿠버다이빙 등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정글 모험은 신난다. 거목과 거목을 연결한 공중 10m 높이의 구름다리를 걸으며 숲을 구경할 수 있다. 허리에 묶은 와이어에 매달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슈퍼맨처럼 날아다니거나 구름다리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짜릿하고 오싹한 쾌감에 다들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정글을 날아다니는 수천마리의 나비들은 저마다 화려한 색깔과 자태를 뽐내며 군무를 펼쳐 탐방객들을 더 즐겁게 한다.

제스트 캠프도 가 볼 만하다. 미군들이 베트남 참전 하기 전에 아이타족에게 정글 생존법을 배우던 곳이다. 원주민은 대나무만 갖고 불을 만들고 물을 뽑아낸다.
바다의 볼거리는 오션 어드벤처에 있다. 시원하게 탁 트인 바다에서 펼쳐지는 돌고래 쇼와 물개 쇼는 멋진 구경거리다. 돌고래들의 재롱에 관객들은 폭소와 환호로 답한다.
특히 돌고래가 조련사를 5m 정도 공중으로 공 튕기듯 띄워 올리는 재간을 부릴 때 박수가 뜨겁다. 한쪽에선 아찔한 높이에서 다이버들이 묘기를 선보여 탄성을 자아낸다. 미니수족관도 함께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정글도 좋고 바다도 좋지만, 수빅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백미는 피나투보 화산 트레킹이다. 초보자나 어린이도 수월하게 걸을 만한 코스다. 잠발레스, 딸락, 팜팡가주에 걸쳐 있는 피나투보 화산은 1991년 6월 12일 폭발했다. 당시 분출된 화산재가 50억 톤이나 됐다.
피나투보 화산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까지는 4륜구동차로 1시간여 거리. 거기서 다시 30분 정도 비포장길로 평원을 달린다. 나무와 풀이 우거진 산이 보이는가 하면, 화산재와 바위로 뒤덮여 초록 한 점 없는 벌거숭이 산도 만난다. 물이 흐르는 계곡쪽은 초콜릿 케이크 단면처럼 잘린 단층이 이국적이고 기묘하다. 마치 SF영화의 세트장같다.

트레킹 코스 양 옆으로 산들이 녹색 갑옷으로 무장하고 호위하듯 병풍처럼 서 있어 화산지대가 아니라 정글 속 같다.
약 40분 가량 올라가면 분화구인 칼데라호수에 도착한다. 가슴이 시원하다. 에메랄드색의 물 빛이 시리다. 그 위에 길게 그늘진 녹음이 짙어져 평온하고 충만하다.

트레킹에 살짝 지친 몸은 유황온천으로 풀어준다. 피나투보 화산의 계곡 곳곳에서 하얀 김이 무럭무럭 피어 오르고 뜨거운 유황물이 샘 솟는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유황 머드를 온몸에 바르고 흐르는 유황 물에 몸을 담그면 이내 몸이 나른해진다.
몸 안에 쌓인 독소가 빠지고 피부가 깨끗해지는 효과가 있어서 여성들에게 꽤 인기다. 돌아오는 길에 스파타운에서 화산재 모래찜질과 필리핀 전통 마사지를 받으면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날려 버릴 수 있다.